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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후기

<공인중개사 칼럼> 잠시 쉬어가는 곳

공인중개사 칼럼
작성자
공인중개사
작성일
2022-11-18 15:52
조회
74
제가 대대적인 이빨 공사(?)로 인해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어 칼럼 대신 저의  졸저<부르는 당신 이름 하나로>에 수록된

인도 여행기 글 하나로 대신함을 양해바랍니다.

인도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그들의 문화, 종교, 삶 등 모두가 이질적이고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예를들어, 기차를 타려면 서너 시간 연착은 기본이고  많게는 9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뉴델리, 콜까타 등 대도시의 매연과 소음 그리고 대기 중에 떠다니는 진한 향신료 내음은

혼돈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한번은 14시간 정도 소요되는 버스를 탔는데 휴게실도 아닌 어느 조그만 외딴 마을에 버스가 정차를 합니다.

이유도 모른 채 두어 시간이 훌쩍 흘러갑니다.  차가 고장난 것도 아닙니다.

인도 현지인 승객들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잠을 자거나 밖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은근히 화가 난 나는 승객 중 조금 젊은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봅니다.

돌아온 대답은 이러합니다.  " 이곳은 운전기사 고향이라 집에 가서 지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세시간쯤 지나 운전기사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차에 오르고 시동을 겁니다.

불평하는 승객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차안에서 문득 스치는 염원 하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온 내 삶이 이곳에서 치유되고  위로 받기를....

인도는 워낙 큰 대륙이라 식당의 메뉴처럼 다양한 풍광이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곳도 엄청 많습니다.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위치한 타르 사막의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의 향연을 보며

때론 지구 밖의 풍경을 간직한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함피의 노을을 보며

부끄러움도 모른 채 얼마나 울고 또 울었는지...

존재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그렇게 뜨거운 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저는 인도를 방랑하면서 변화되는 제 자신을 느꼈습니다.

모국에서 이고 지고 온 힘든 삶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그 비워지는 공간에는

삶의 소중함과 열정이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그것은 꺼져가는 촛불이 토해내는 부활의 외침이자 질긴 생명력이었습니다.

그들의 가난하고 힘든 삶을 마주하면서 나는 아직까지 사치스런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고

그들의 마을마다 모셔놓은 신에 대한 경배와 순진무구한 신앙을 보면서

작고 작은 것이 인간임을 고백해야 했고 한없이 겸손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한번은 기차를 타기 위해 역전에서 마냥 시간을 축내고 있는데

거지 남자애가 다가와 까만 손을 내밉니다.  지천에 널린게 거지입니다.

인도 거지는 정말 집요합니다.  10루피를 얻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직업정신이 투철하기로는 가히 독보적입니다.

이 애는 많은 여행객을 제쳐두고 나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목표물로 제가 선정된 것이죠.

저도 인도에 이력이 난 처지라 돈은 주지 않고 슬슬 데리고 놀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제 티셔츠 단추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이 애는 단추를 집어들고 따라오라고 합니다.

기차 시간도 많이 남았고 해서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제가 그 애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역사 모퉁이에 이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젊은 부부와 품에 안긴 갓난아기가  있습니다.

옆에는 서너개의 보따리가 놓여있습니다.  그곳이 그들의 집이고 보따리 몇개가 그들의 전 재산입니다.

이 애가 엄마에게 몇마디 하니 그 여인은 저에게 옷을 벗어라고 하면서 보따리에서 실과 바늘을 꺼냅니다.

단추는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았고 저는 수고비 몇푼을 주고 돌아서다 그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너 뭐 먹고 싶어?"    "초코렛요"

함께 매점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 애가 집어든 것은 초코렛이 아니라 우유였습니다.

" 너 초코렛 먹고 싶다고 했잖아?"

" 네, 초코렛이 먹고 싶지만 배고픈 제 동생에게 우유를 먹여야 합니다."

애기 엄마는 먹는 것이 부족해  젖이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까닭모를 자괴감에 머나먼 이국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양손에 우유와 초코렛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뛰어가는 그 소년의 뒷모습에는

햇살 가득 안은 행복의 그림자가 먼저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인도 배낭여행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모국에서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세계 역사는 BC와 AC로 나뉘어지지만

제 인생은 BI와 AI로 구분됩니다. 비포어 인도, 애프터 인도로...

갑자기 뜬금없이 인도 배낭 얘기를 올려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가 인도를 누비면서 체득한 인내와 용기 그리고 마음의 여유로움과 지혜 등이

고스란히 약사님들의 삶에 전이가 되고 충전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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